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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술 없는 외교 만찬 건배 없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

by yellowsteps4u 2025. 7. 29.

 

술 없는 만찬 외교 건배 대신 메시지를 주고받다

국제 외교에서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국가 간의 신뢰, 가치 공유, 배려의 방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건배’라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외교 현장에서는 술잔을 부딪치는 장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무알콜 테이블과 비건 음료, 차 문화 등이 새로운 외교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술 없는 만찬은 단순히 분위기의 변화가 아니다. 이제는 정치적 입장과 문화적 신념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전략이자 선언이다. 과연 외교 테이블에서 사라진 술은 무엇을 대신 말하고 있을까?

술 없는 만찬
술 없는 만찬

목차

1. 건배가 외교에서 가졌던 상징성

외교 만찬에서 건배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양국 정상이 또는 외교 대표들이 술잔을 맞대며 전하는 건배사는 사실상 외교적 메시지의 압축본이라 할 수 있다. 짧은 건배사 한 줄에 양국의 역사, 미래, 관계에 대한 포부가 담긴다.

건배는 또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풀며 신뢰를 형성하는 비언어적 의례다. 그 한순간의 눈빛과 미소는 회담에서 볼 수 없는 비공식적 관계 형성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 전통적 외교 방식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모두가 술을 마시지 않는 시대, 건배는 점점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2. 술이 빠진 외교 식탁의 이유들

최근 국제 외교 만찬에서 술을 생략하는 일이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종교적 배려다. 이슬람 국가나 힌두 문화권, 혹은 유대교의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 외교관들과의 식사에서는 술을 피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상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외교는 술을 올리지 않는 식탁으로 표현된다.

둘째는 정치적 신중함이다. 알코올은 때때로 과도한 친근감을 유발하거나 불필요한 비공식 발언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민감한 회담 직후나 공식 발표 전후의 만찬에서는 술을 배제함으로써 발언의 리스크를 줄인다.

셋째는 건강과 개인적 철학이다. 비건 식단처럼 음주를 지양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도 술 대신 차, 무알콜 음료, 전통주스가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외교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3. 건배 없는 식탁에서 이뤄지는 대화

술이 빠졌다고 해서 외교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건배가 없는 식탁은 더 정중하고, 더 전략적인 대화를 이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과 터키의 정상회담이 있다. 터키는 이슬람 문화에 따라 금주를 엄격히 지키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 회담에서는 공식 만찬에서 와인이 배제되고 허브티와 무알콜 스파클링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대화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이후 경제 협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술이 빠지면 사람들은 언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말의 무게가 커지고, 표현의 절제가 대화의 품격을 만든다. 무알콜 외교는 외교적 언어의 훈련장이자, 침묵과 시선, 식사 매너로 상징을 전하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된다.

4. 문화와 종교적 맥락에서 본 무알콜 외교

무알콜 외교는 특히 문화적 다양성이 강조되는 국제무대에서 상호 존중의 대표적인 형식으로 작용한다.

유엔총회나 G20 회담처럼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 술을 일괄적으로 제외한 만찬이 오히려 공정하고 평등한 인상을 준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사 전 기도나 종교적 예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술이 배제된 식탁은 논란 없이 의전을 완성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무알콜은 단지 음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외교의 실천이 된다.

5. 한국 외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식사 문화에서 술이 중요한 나라다. 하지만 국제 외교무대에서 이러한 전통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은 술 없는 외교 식탁을 점차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와대 만찬에서 전통차 페어링을 강화하거나 무알콜 전통주를 개발해 메뉴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각국 정상들의 금주 철학을 사전에 고려해 코스별 논알코올 음료를 별도 구성하는 등 섬세한 외교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식문화 외교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다.

정리하며

술 없는 외교 만찬은 단순한 식문화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배려, 절제, 신뢰를 중시하는 새로운 외교 문법이다.

건배 없는 식탁 위에서 정치인들은 오히려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신중한 태도로 대화의 밀도를 높인다.

앞으로의 외교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식탁 위에서 말하게 될 것이다. 그 식탁 위에 술이 없는 것은, 어쩌면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