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위의 협상 글로벌 외교에서 등장한 캐주얼 식사의 전략
고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만찬장이 아니다. 넓은 테이블 위에 나눠 먹는 피자가 놓이고, 정장은 풀어헤쳐진 채 소박한 대화가 오가는 외교 현장. 이제 외교는 때로 포크와 나이프 대신 피자 조각으로 시작된다.
최근 외교 무대에서는 ‘캐주얼 식사’를 활용한 협상이 부상하고 있다. 정형화된 의전 만찬이 아닌, 친근하고 부담 없는 음식이 상대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진심 어린 대화를 끌어낸다는 평가 때문이다.
목차
1. 외교에서 캐주얼 식사의 의미
정상회담이나 외교 만찬은 늘 엄숙하고 공식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왔다. 의전, 드레스코드, 포멀한 메뉴 구성까지 모두 전략적으로 설계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격식이 상대와의 진심 어린 소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캐주얼 식사'다. 정해진 의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나오는 솔직한 언급은 의외로 회담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식탁은 여전히 협상의 장소지만, 그 위에 놓인 음식이 피자나 햄버거처럼 소탈한 음식일 경우, 그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게 흐른다. 이른바 ‘음식이 상황을 유연하게 만든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2. 피자가 선택되는 이유
피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글로벌 음식'이다. 재료와 스타일이 다양하고,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점에서 외교 테이블에 올려지기 적합한 메뉴로 꼽힌다.
또한, 피자는 ‘나눠 먹는 음식’이라는 특성이 있다. 일정한 조각으로 잘려 모두가 같은 형태로 음식을 공유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평등'과 '공감'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피자는 정치색이 거의 없다. 국가나 종교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만큼, 외교적인 논란이 적은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한 조각 안에는 ‘협력’이라는 상징적 메시지가 담긴다.
3. 피자 외교의 실제 사례들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다. 당시 비공식 저녁 모임에서 정상들은 격식 있는 정찬 대신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를 함께 나눠 먹었다. 그 자리에서는 예정에 없던 무역 관련 비공식 토론이 오갔고, 이는 공식 회담보다 오히려 유연한 분위기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했던 배경이 되었다.
또한 2021년 미국과 캐나다의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게 미국식 시카고 딥디쉬 피자를 선물하며 만남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열었다. 이러한 '음식 선물 외교'는 감정을 녹이는 전략으로 자주 사용된다.
심지어 일부 중동국가와의 비공식 회동에서도 할랄 재료로 만든 채식 피자를 제공하면서 종교적 제약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상호 신뢰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4. 외교 전략으로서 캐주얼 식사의 확장
캐주얼 식사는 더 이상 단순한 ‘편안한 식사’가 아니다. 이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의제 설정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한다.
비격식 식사는 실무자들과의 거리도 좁히고, 정상 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을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 피자처럼 공유 가능한 음식은 공동체적 감정을 유도하고, 다자 회담에서도 긴장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앞으로 외교 무대에서 피자 외에도 타코, 샌드위치, 분짜와 같은 다양한 캐주얼 음식이 전략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외교에서 음식의 역할은 계속 진화 중이다.
정리하며
피자 한 판으로 시작된 외교의 장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음식은 때로 말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공식 문서보다 진심을 전달한다.
캐주얼 식사는 외교를 인간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고,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을 만든다. 비록 고급 코스 요리만큼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정제되지 않은 진심과 유머, 그리고 공감이 담겨 있다.
외교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다. 그 대화의 문을 열 열쇠가 때로는 따뜻한 피자 한 조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떡볶이 수출 3천억 시대, 글로벌 분식은 어디까지 왔나? (3) | 2025.07.31 |
---|---|
BTS와 불닭볶음면이 만든 K-푸드 외교의 미래 (0) | 2025.07.30 |
비빔밥 외교, 한식이 전하는 조화의 메시지 (1) | 2025.07.30 |
정상회담 디저트 외교 인상을 결정짓는 한입 (0) | 2025.07.29 |
술 없는 외교 만찬 건배 없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 (0) | 2025.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