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64

콩과 협정:두부로 보는 아시아의 자원 외교 여름마다 꼭 먹는 음식이 있다. 다들 냉면을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단연 콩국수다.곱게 간 콩물에 탱탱한 소면. 그 위에 오리채와 삶은 달걀 반쪽까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더운 날씨에도 외출이 즐거운 이유, 어쩌면 이 한 그릇 때문일지 모른다.어릴 적엔 동네를 돌던 두부 아저씨가 있었다. 리어카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반가웠고, 엄마가 주신 동전을 손에 쥐고 뛰어나가 따뜻한 두부 한 모를 사 오던 기억이 난다.요즘은 마트 냉장 코너에 깔끔히 포장된 두부를 본다. 익숙해졌지만, 뭔가 아쉽기도 하다.두부 겉면에 쓰인 ‘원산지’를 유심히 보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국산일까? 수입 콩일까?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매일 먹는 두부 한 모. 그 콩은 어디서 왔을까?📌 목차• 콩, 단백질 이상의 의미• 세계 .. 2025. 8. 21.
메콩강의 쌀 전쟁: 아시아 외교의 주방에서 벌어진 갈등 여름방학이면 가족 단위로 떠나는 해외 여행지 중 단연 눈에 띄는 곳, 바로 베트남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지 1순위로 손꼽히는 이유는 단지 저렴한 물가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품은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나 역시 며칠간의 여행 중 메콩강 델타 투어에 참여하며 새로운 감각을 맛보게 되었다. Vinh Trang 사원의 고요한 정원과 거대한 불상, 자몽 농장에서의 점심식사, 전통 나무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흐르던 순간, 그리고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모습까지.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건 이 땅의 식탁 위에서 마주한 ‘쌀’이었다.📌 목차• 메콩강 델타, 그 풍요의 기원• 쌀을 둘러싼 외교: 생산과 수출의 간극• 식량 무기화와 국가.. 2025. 8. 20.
설탕과 럼의 제국: 쿠바를 둘러싼 무역 봉쇄와 외교 전쟁 세이셜이라는 나라를 아시나요?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여행을 준비할 때까지는 그저 지도 위의 작고 예쁜 섬일 뿐이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제 인생 첫 럼주를 마시게 됐습니다. 관광객들이 흔히 참여하는 투어 중 하나가 ‘럼주 양조장 방문’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가 없었어요. 하지만 한 잔 들이켠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죠.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바닐라의 달콤함이 목 뒤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리는 느낌이랄까요. 평소 막걸리나 소주처럼 익숙한 술만 마시던 제게는 꽤 새로운 경험이었고, 동시에 문득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럼은 왜, 어떻게 세계인의 잔에 오르게 된 걸까?📌 목차설탕 제국의 탄생: 달콤함 뒤의 식민 논리쿠바의 사탕수수: 노동 착취에서 혁.. 2025. 8. 19.
아편전쟁의 진짜 주인공, 차(茶)? 세계사를 바꾼 한 잎사귀의 비밀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이 작은 잎사귀는 수세기 동안 수많은 문화와 제국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습니다. 특히 19세기,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아편전쟁의 실질적 촉매제가 바로 '차'였다는 사실은 그 상징성과 파급력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목차1. 차와 제국: 세계사 속의 시작2. 아편전쟁의 불씨, 차 무역3. 세계사를 바꾼 차의 영향력4. 현대 세계에서의 차의 위상차와 제국: 세계사 속의 시작차의 기원은 전설 속 중국 신농(神農) 황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우연히 끓는 물에 떨어진 잎사귀로부터 차의 풍미를 발견했다고 전해지며, 이후 중국은 명실상부한 차 문화의 발상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송나라와 명나라 시기에 이르러 차는 귀족뿐 아니라.. 2025. 8. 18.
소금의 권력: 권력의 언어가 된 소금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무심코 집어드는 소금 한 꼬집은 사실상 인류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움직여온 원동력이었습니다. 로마 군단의 급여에서 ‘Salary(급여)’라는 단어가 태어났고, 중세 유럽의 상인들은 ‘솔트 로드(Salt Road)’를 따라 부와 권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초, 간디의 소금 행진은 제국주의를 흔드는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소금은 늘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국가와 제국, 그리고 사회 운동을 이끌어온 흰 금(White Gold)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금이 어떻게 제국과 권력의 언어가 되었는지 살펴봅니다.목차로마 군단과 소금: 급여의 기원중세 유럽의 소금길과 상업 네트워크제국의 세금과 소금 독점간디의 소금 행진과 탈식민 운동현대의 소금: 자원 외교와 식량 .. 2025. 8. 17.
바나나 공화국: 열대 과일이 만든 정치사 아침 식탁 위에 놓인 평범한 바나나 한 송이가 사실은 국제 정치사의 격랑을 품고 있다면 믿기실까요? 20세기 초,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정권을 좌우하며 바나나 무역을 지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탄생했고, 지금까지도 부패와 종속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나이티드 프루트의 그림자에서 시작해 냉전기의 외교 전략, 그리고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과 노동 문제까지— 한 송이 바나나에 얽힌 정치와 권력의 역사를 짚어봅니다.목차바나나의 세계화와 초기 무역유나이티드 프루트와 중남미 정치 개입‘바나나 공화국’이라는 용어의 탄생냉전기 바나나 외교와 미국의 영향력현대 글로벌 바나나 산업과 노동 문제결론: 바나나 껍질 위의 국제 정치 바나나의 세계화와 초기 무.. 202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