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을 때 편의점에서 자주 집어 드는 참치마요 삼각김밥, 집에서 즐기던 참치찌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한 끼 뒤에는 국제 해양법과 불법 어업, 태평양 도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얽힌 참치와 해양 정치경제의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상의 참치 소비가 어떻게 바다 위 국제 질서와 연결되는지를 살펴봅니다.
불법 어업(IUU)과 국제 규칙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은 매년 약 700만 톤에 이르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에 속합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 2022)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거래의 약 20%가 불법 어업에서 기인하며, 참치는 대표적인 피해 종목 중 하나입니다. 불법 어업은 단순히 생태계 파괴를 넘어 국제정치경제적 갈등을 초래합니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참치 자원 의존도가 높지만, 원양 대형 선단을 가진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이 어획량을 독점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제 전문가들도 불법 어업(IUU)이 단순히 어획량의 문제를 넘어선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FAO(2022)는 IUU 어업이 연간 약 23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며, 이는 합법적 어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연안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WWF(2021)는 불법 어업이 지속될 경우 향후 20년 내 참치 자원의 30%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불법 어업 문제는 개별 국가의 단속을 넘어, 국제적 협력과 공동 규범 강화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해양 정치경제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즉, 바다 위 질서와 규칙은 힘의 논리와 국제 협상력에 의해 좌우되며, 소비자들이 먹는 참치 한 캔도 이러한 권력 구조의 산물임을 보여줍니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되듯 참치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하다 최근 들어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자원 고갈 우려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국제 규제 강화 없이 참치 자원은 머지않아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따라서 해양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불법 어업에 대한 국제 공조가 절실합니다.
국제 해양법과 어획량 쿼터 제도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바다의 자원 분배와 해양 영토 문제를 규정합니다. 특히 참치 어업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공해에서 어획이 동시에 이루어져 국제적 규율이 복잡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수산관리기구(RFMOs)가 설립되어 어획량 쿼터를 설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WWF(세계자연기금, 2021)는 참치 어획 쿼터가 실제 자원 보호 효과를 거두려면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관리와 함께 위반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국제 해양법과 쿼터 제도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OECD(2021)는 어획 쿼터 협상이 과학적 자원 평가보다 정치적 타협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쿼터를 집행하기 위한 해상 감시와 위성 모니터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쿼터 위반을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처럼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집행력이 부족하다면 국제 해양법은 선언적 의미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해양 정치경제의 핵심은 제도 설계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국제적 자금 지원과 기술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식탁과 참치 소비
한국인의 참치 소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참치캔 같은 가공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회와 초밥 같은 신선식품입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참치캔 소비 상위 10위권에 속하며, 1인당 연간 약 3~4kg의 참치를 소비합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저 역시 어릴 적 처음 참치캔을 먹었을 때 "기름 속에 들어 있는 고기"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엄마가 기름을 따라내고 만들어 주신 참치찌개는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날 한국 식탁에서 참치는 가정식 반찬부터 편의점 삼각김밥, 고급 일식당의 참치회까지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참치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한국인의 식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 인포그래픽에서 보듯, 참치 가치사슬에서 어민이 차지하는 몫은 15% 내외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이익은 가공업체, 유통망, 글로벌 브랜드가 가져갑니다. 이 불균형 구조는 라면이나 커피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경제적 권력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 소비자들도 단순히 가격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소비 선택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속가능 어업과 글로벌 캠페인
최근 WWF와 MSC(해양관리협의회)는 지속가능 어업 인증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이 친환경적 참치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FAO(2022)는 국제 협력을 통한 어획량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50년까지 참치 자원이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해양수산부 역시 불법 어업 대응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수입 참치 중 일부는 지속가능 인증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인식은 낮은 편이며,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현실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일부 글로벌 기업은 지속가능 어업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스타키스트(StarKist)는 MSC 인증을 받은 참치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친환경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Greenpeace는 각국 유통업체와 브랜드를 대상으로 ‘Tuna Ranking’ 보고서를 발표해 불법 어업과 남획에 소극적인 기업을 공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이러한 국제 캠페인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기업의 공급망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 일부 수입 유통업체들은 MSC 인증 참치를 판매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WCPFC(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어획량 제한 협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파란색 MSC 라벨이 붙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 어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속가능 어업은 정부와 기업의 정책만이 아니라 소비자 행동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국제정치경제적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MSC 지속가능 어업 인증 라벨
입니다. 소비자는 이 라벨을 통해 해당 제품이 불법 어업이나 남획과 무관하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참치캔과 수입 수산물에 이 라벨이 붙어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작은 선택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 소비자가 바꿀 수 있는 참치와 해양 정치경제
참치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라 참치와 해양 정치경제라는 거대한 국제 질서 속 자원입니다. 불법 어업, 국제 해양법, 어획 쿼터 협정은 모두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한 조각의 참치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어민이나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서도 시작됩니다.
한국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고르거나 마트에서 참치캔을 집을 때, 그 선택은 태평양 도서국의 어민 소득, 일본과 한국 기업의 어획 전략, 그리고 국제기구가 추진하는 지속가능 어업 정책과 연결됩니다. 지속가능 인증 제품을 선택하거나, 불법 어업을 줄이려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해양 생태계와 글로벌 무역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참치는 단순한 간식이나 반찬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내리는 소비의 작은 결정이 국제정치경제와 바다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앞으로 참치를 먹을 때, 가격과 맛뿐 아니라 지구와 바다를 지키는 선택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지속가능한 해양 질서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옥수수가 어떻게 세계 식량 안보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자원이 되었는지, 그리고 한국 식탁과 국제정치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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