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발견한 글로벌 경제의 그림자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 오후에 입안을 달래주는 초콜릿 한 조각. 저의 습관이 된 루틴인데요 특히 오후 3~4시에 무료함을 달래는데 먹는 초콜릿은 달콤하기만 합니다. 커피와 초콜릿은 입안의 작은 사치품 이상의 국제정치경제라는 거대한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경향신문은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커피·코코아 가격 급등”을 보도했고, 세계은행 역시 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을 경고했습니다. 저 또한 커피값과 초콜릿값이 치솟는 경험을 하며, 매일의 소비가 기후 위기, 무역 구조, 소비 트렌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커피와 초콜릿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지속가능성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기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
기후 변화는 커피와 초콜릿 산업을 뒤흔드는 최대 변수입니다. 브라질, 베트남, 코트디부아르 같은 주요 원산지는 폭염, 가뭄, 병해충 증가로 수확량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 2023)은
2030년까지 카카오 생산량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
고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기후 인플레이션은 생산지의 농민에게는 생계 위기, 소비자에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림 1. 커피와 카카오 원자재 가격 추세 (2018~2023, 가상 데이터)
그림 1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커피와 카카오 원자재 가격 추세를 보여줍니다. 2019년에는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함께 커피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었고,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요가 감소하며 커피 가격이 잠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브라질의 기록적 가뭄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병충해 확산으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세계은행, 2023). 이러한 가격 변동은 단순히 농산물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카페 메뉴 가격 인상, 제과업체 원가 상승,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무역 구조와 가치사슬
커피와 초콜릿 산업의 국제정치경제는 극심한 불평등을 드러냅니다. 국제카카오기구(ICO)의 자료에 따르면, 농민이 받는 몫은 최종 판매가의 6~10%에 불과합니다. 반면 다국적 가공업체와 글로벌 브랜드는 전체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는 생산지의 빈곤을 고착화시키고, 북반구와 남반구의 경제 격차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림 2. 커피·카카오 가치사슬 분배 구조
그림 2는 커피와 카카오 가치사슬 분배 구조를 보여줍니다. 농민은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약 10%만을 가져가는데, 이는 하루 생계비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다국적 브랜드와 유통망은 전체 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생산국 농민의 아동 노동 문제, 지역 개발 격차 문제로 이어집니다(Fairtrade International). 따라서 소비자가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면, 농민의 몫이 늘어나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한국 시장에서도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2024)는 “두바이 초콜릿 팝업스토어가 일주일 만에 백화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커피 역시 스페셜티 카페가 확산되며, 한 잔에 1만 원이 넘는 커피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식 취향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가치 있는 소비를 선택하며 국제정치경제의 구조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소비자는 이제 가격보다 지속가능성, 슈퍼푸드, 윤리적 소비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는 커피와 초콜릿을 둘러싼 글로벌 담론과 한국 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공정무역과 지속가능성 담론
공정무역(Fair Trade)은 불평등한 무역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이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이 변화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로컬 브랜드들이 공정무역 원두와 카카오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으며 국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관심은 단순한 맛과 가격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내가 느낀 달콤 살벌한 교훈
결국 커피와 초콜릿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그 속에는 국제정치경제의 모든 핵심 이슈가 녹아 있습니다. 기후 인플레이션, 불평등한 무역 구조, 한국 소비자의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그리고 공정무역·지속가능성 논의까지, 달콤 쌉싸름한 현실이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의 초콜릿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작은 선택은 곧 농민의 삶,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라면과 국제 곡물 시장”을 다루며, 음식과 국제정치경제의 또 다른 교차점을 탐구하겠습니다.
'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치와 해양 정치경제: 한 캔에 담긴 글로벌 권력 (1) | 2025.09.01 |
---|---|
라면과 국제 곡물 시장:흔한 음식의 비싼 진실 (1) | 2025.08.31 |
슈퍼푸드의 정치경제학, 그리고 한국 식탁 (3) | 2025.08.29 |
슈퍼푸드의 명암: 퀴노아·치아씨드 열풍 뒤에 숨은 진실 (3) | 2025.08.28 |
아보카도의 정치경제학, 우리가 먹는 것의 외교 (2) | 2025.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