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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K-푸드 외교의 상징, 김치 종주국 논쟁의 이면

by yellowsteps4u 2025. 7. 31.

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김치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김치 종주국' 자리를 두고 벌어진 문화적 갈등과 외교적 신경전이다.

중국은 자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를 김치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며,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파오차이의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이미 국제 식품 표준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3년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음식의 기원 싸움이 아니다. 음식은 한 국가의 문화와 정체성을 대변하며, 특히 한류와 함께 성장해 온 한식은 글로벌 외교에서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치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문화 보존을 넘어, 음식 외교의 실질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김치 종주국 논란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정리하고, 김치를 통해 드러난 문화 외교의 가능성과 향후 대응 전략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김치의 문화전쟁
종주국 논란의 주인공 '김치'

목차

1. 김치 종주국 논란의 발단과 배경

김치 종주국 논란은 단순한 기원 문제를 넘어선 문화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논란은 2020년 중국이 자국의 발효 채소인 파오차이를 김치의 원형으로 주장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파오차이가 김치보다 먼저 존재했으며, 김치는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국제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김치를 공식적인 국제 식품 규격으로 채택했고, 2013년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음식 기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자산을 둘러싼 국가 간 영향력 다툼으로 해석된다. 김치 유네스코 등재 이후에도 여전히 종주국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음식이 가진 문화적 상징성과 외교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2.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의 의미

김치 자체는 식품이지만, 김장을 담그는 행위는 한국 고유의 생활문화로 자리잡아 있다. 유네스코는 2013년 이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한국이 김치 문화의 본거지이자 계승자임을 국제적으로 인정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명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특정 문화가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자, 그 문화의 출처와 정체성을 명확히 공식화한 것이다. 김치 유네스코 등재는 곧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외교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국제적 인증은 한류 확산과 함께 음식 외교의 정당성을 강화하며, 김치가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김치는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 자산으로,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닌 한민족의 공동체성과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3. 파오차이와의 문화적 충돌

김치 종주국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중국의 파오차이였다. 202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중국 쓰촨 지역의 절임채소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인증하면서, 중국은 이를 계기로 김치의 원형이 파오차이였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주장이 중국 내외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해외에서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동일한 음식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동아시아 문화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국가에서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혼동하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문화적 정체성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 식품 기업들은 국제사회에 김치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김치의 날 제정, 영문 위키피디아 편집 참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 충돌이 벌어진 자리에서 김치는 이제 하나의 전략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4. 음식은 외교다: 김치의 전략화

과거의 외교가 국기와 국장을 통해 상징되었다면, 오늘날의 외교는 음식과 문화, 콘텐츠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김치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김치 유네스코 등재 이후 한국은 다양한 외교 채널에서 김치를 주요 문화 아이콘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시 국빈 만찬에 김치 메뉴를 포함시키는 사례는 물론이고, 재외공관에서도 김치를 활용한 한식 홍보 행사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가 지닌 발효 식품으로서의 기능성과 건강성은 팬데믹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점은 김치를 단순한 전통 음식이 아닌, 과학과 웰빙의 상징으로 브랜딩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외교 전략 측면에서 보면 김치는 고유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지닌 매우 드문 콘텐츠다. 향후 김치 관련 다큐멘터리, 전시, 미식 행사 등이 외교 무대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5. 마무리하며

김치 종주국 논란은 단지 음식의 기원을 두고 벌어지는 작은 갈등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문화 자산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의 전략이 숨어 있다. 김치 유네스코 등재는 그러한 다툼 속에서 한국이 미리 확보한 국제적 발판이며, 이를 통해 김치는 단순한 전통 음식을 넘어 외교적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음식은 가장 일상적인 형태의 문화 콘텐츠이며,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정체성 표현 수단이다. 김치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누가 더 효과적으로 자기 문화를 설명하고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외교는 정치만이 아니라 일상 속 감각, 맛, 기억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김치는 그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준 사례다. 우리는 김치라는 음식을 통해 한민족의 문화적 깊이와 미래의 외교 전략을 동시에 말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