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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치킨과 곡물 사료: 글로벌 곡물 가격

by yellowsteps4u 2025. 9. 8.

모두가 사랑하는 배달 음식이라면 둘째가 라면 서러울 치킨이 있죠. 특히 여름에는 초복, 중복, 말복이 있어. 그날마다 배달 앱을 열어 치킨을 주문하는 풍경은 한국인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는 치킨 한 마리 값은 단순한 조리비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격 정책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국제 곡물 무역, 사료 시장,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복잡한 국제정치경제 구조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치킨은 한국의 대중 음식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곡물 가격의 영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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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가격과 육계 산업의 역사적 연결

육계 산업은 본질적으로 곡물 사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닭은 단백질 전환 효율이 높아 경제성이 있지만, 이는 곧 사료 곡물 가격에 민감하다는 뜻입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한국 정부는 사료 곡물 안정 공급을 위해 미국과 장기 구매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축산업이 세계 곡물 시장 충격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줍니다.

2007~2008년 글로벌 식량 위기 역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옥수수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한국 육계 농가는 사료비 부담으로 대규모 도산 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사료 자급률 제고 없이는 국내 축산업의 가격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KREI).

그림 1. 세계 곡물 가격 추세 (2000~2023, 가상 데이터)
그림 1. 세계 곡물 가격 추세 (2000~2023)

위 그래프는 지난 20여 년간 FAO 곡물지수가 어떻게 요동쳤는지를 보여줍니다. 2007~2008년, 2011년, 그리고 2022년에 나타난 세 번의 가격 급등은 모두 국제 지정학적 사건과 기후 위기, 곡물 수출 제한 정책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출처: FAO). 이처럼 곡물 가격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국제정치경제를 반영하는 복합 지수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곡물 시장 충격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 가격에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와 밀 수출국 상위 5위 안에 드는 ‘유럽의 빵공장’이었지만, 전쟁으로 흑해 항만이 봉쇄되자 수출 물량이 급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FAO 식량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0% 이상 급등했고, 국제유가와 함께 식품 물가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출처: OECD).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이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주요 업체들이 치킨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치킨 한 마리 3만 원 시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가격 전략이 아니라, 국제 곡물 공급망 위기와 사료 시장 불안정이 국내 소비자 물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치킨과 곡물 사료: 글로벌 곡물 가격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

한국 치킨 산업과 곡물 수입 의존

한국은 사료 곡물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특히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는 옥수수와 대두는 국내 육계 산업의 생명줄과 같습니다. 따라서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은 한국 치킨 산업에 즉각적으로 반영됩니다. 2010년대 이후 곡물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치킨 가격도 단계적으로 인상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소비자 간 갈등이 심화된 것은 곡물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한국 치킨 가격과 곡물 가격지수 그래프
그림 2. 한국 치킨 가격과 곡물 가격 상관 (2010~2023, 가상 데이터)

위 그래프에서 보듯 곡물 가격 지수와 한국 치킨 평균 가격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 약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치킨 가격이 인상되었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 국제 곡물 시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입니다.

지속가능한 사료와 미래 대안

이제 한국 치킨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곡물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첫째, 대체 사료 개발이 필요합니다. 곤충 단백질, 해조류, 미생물 단백질 등은 이미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실험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국제 곡물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WTO 농업 협정과 FAO의 식량 비축 협력체제는 식량 위기 시 수출 제한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셋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사료 가격 안정 기금을 통해 일부 충격을 완화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중요합니다. 치킨 가격 논쟁을 단순히 본사의 횡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 곡물 시장과 식량 안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가격 인상의 배경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치킨 한 마리를 둘러싼 가격 논쟁은 결국 국제 곡물 시장과 식량 안보 문제로 이어집니다. 1970년대 이후 반복된 곡물 파동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는, 한국의 육계 산업이 얼마나 글로벌 사료 시장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치킨 가격 안정은 곡물 사료 수입 구조와 국제 협력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사료 공급망 다변화, 대체 단백질 개발, 그리고 소비자의 이해 증진입니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치킨은 단순한 가격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 속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치킨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식량 안보, 무역 의존, 지속가능성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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