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아침마다 사 먹던 샌드위치나 편의점의 간단한 빵 값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원가 인상 때문이겠거니 했죠. 그런데 신문 한 구석에서 ‘밀가루 가격 급등’이라는 제목을 보고 생각이 멈췄습니다.
밀가루는 내게 늘 있는 재료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었고,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며 연간 2천만 톤 넘게 수출한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식탁의 지형이 바뀌는 사건임을 깨달았죠.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일부를 상실하고, 흑해 항만이 봉쇄되어 밀수출이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전쟁의 불길은 농지와 곡물 저장고까지 삼켰고, 수확은커녕 저장과 유통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닌, 밀수출 봉쇄가 어떻게 세계 식탁을 흔들었는지, 왜 우리가 먹는 밀가루가 정치와 안보의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해보려 합니다.
밀가루 가격 상승의 체감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늘 먹던 편의점 샌드위치를 집었는데, 가격이 400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원재료가 올라서겠거니 생각했지만, 도대체 왜 밀가루가 이렇게 올랐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밀가루 도매가격은 평균 30% 이상 인상되었으며, 제빵업계는 “가격을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이는 단순한 원가 인상을 넘어, 국제 공급망 자체에 균열이 생긴 결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전 세계 밀 시장은 급속도로 요동쳤습니다.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소비자들은 밀가루뿐 아니라 라면, 빵, 심지어 분식류 전반의 가격 상승을 직접 체감하게 되었죠.

출처: FAO(국제식량농업기구), USDA(미국 농무부), IGC(국제 곡물 위원회) 연례 데이터 종합 재구성
국제 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수석연구원 Joseph Glauber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밀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라고 진단합니다. 전쟁 이전 2,100만 톤이던 우크라이나의 밀수출량은 2022년 한 해 약 1,350만 톤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식탁 위의 문제는 더 이상 지역적 사건이 아닙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전쟁, 봉쇄, 기후 위기 같은 이슈는 이제 곧바로 식품 가격과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세계 밀 수출 비중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전쟁 당사국이 아닙니다. 이 나라는 ‘유럽의 빵바구니’라 불릴 정도로 비옥한 토양과 넓은 경작지를 보유한 농업 강국입니다. 특히 세계 밀 수출량의 약 9~10%를 차지하며, 러시아, 미국, 캐나다, 프랑스와 함께 세계 5대 밀 수출국으로 꼽힙니다.
농업전문 미디어 AgriCensu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크라이나는 약 2,100만 톤의 밀을 해외에 수출했으며, 주요 수출 대상국은 이집트,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터키 등 주로 저개발 식량 의존 국가들이었습니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중단이 세계 최빈국들의 식량 안정성에 직격탄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특히 수출의 90% 이상이 흑해 항구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전쟁 이후 러시아군에 의해 항만이 봉쇄되면서 세계 곡물 공급 체계가 한순간에 마비되었습니다. 육상 운송은 인프라 한계로 대응이 불가능했고, 대체 수출 경로도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은행(WB)은 2022년 발표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출 정지는 단순한 식량 부족이 아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인도적 위기를 동시에 촉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그 해 국제 밀 가격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빵 폭동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는 단지 하나의 밀 수출국이 아니라, 글로벌 식량안보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 나라의 흑해 항구 하나가 막힌다는 것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의 식탁이 비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흑해 봉쇄와 농지 피해의 현실
전쟁의 여파는 총성이 울리는 전장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농지는 폭격과 화재로 파괴되거나, 지뢰가 묻혀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작 가능한 농지의 약 25%가 전쟁으로 인해 사용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흑해 항만 봉쇄’였습니다.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 곡물 수출의 91% 이상이 흑해 항구를 통해 이루어지던 구조였기에, 항만이 막히는 순간 우크라이나의 수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출처: FAO(국제식량농업기구), OECD 곡물 수출 분석 보고서(2023)
국경을 넘는 육로 수출은 물류 인프라가 열악해 처리량이 제한적이었고, 대체 경로 확보 역시 단기간 내에는 불가능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 곡물 저장고에는 출하되지 못한 곡물 2,000만 톤 이상이 쌓여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업 전문지 World Grain은 “흑해 봉쇄는 단순한 항만 문제를 넘어, 글로벌 식량 가격 체계를 흔든 가장 큰 트리거 중 하나”라고 분석합니다. 또한 이로 인해 러시아, 인도 등 다른 수출국들이 가격 통제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도미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식탁의 변화와 대응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 식탁도 변화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빵, 라면, 가락국수, 냉동만두 등 밀가루 기반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외식업계 메뉴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인상됐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밀가루 소비량이 많은 메뉴를 중심으로 공급선 다변화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기준 식빵 가격은 1년 사이 평균 19% 상승했으며, 라면류와 냉동피자 등 밀가공식품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가격 문제가 아닌, 식량 구조 전반에 걸친 위기를 시사합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2024년부터 ‘밀 자급률 향상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산 밀 재배 면적 확대, 품종 개량, 안정적 수매 가격 제도 등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는 존재합니다. 국내 밀 소비 비중 중 국산 점유율은 아직 2%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급률 향상보다도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외 곡물 시장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비축 체계, 다변화된 수입선, 그리고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함께 따라야 합니다.
전쟁은 멀리서 시작됐지만, 그 여파는 우리의 식탁 위에서 그대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단순히 지나가는 물가 상승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식량 전략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점입니다.

마치며: 식탁 위의 지정학, 밀가루로 읽는 세계
처음엔 단순히 빵값이 오른 줄만 알았습니다. 좋아하던 샌드위치 가격이 오르고, 라면 한 봉지조차 부담스러워질 때쯤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세계 4위의 밀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쟁이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식탁 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체감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이처럼 밀가루 한 포대 뒤에는 수많은 국가의 이해관계와 국제 무역 시스템, 정치적 갈등이 얽혀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처럼 흑해를 통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 여파는 한국처럼 밀 자급률이 2% 이하인 나라에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히 ‘먹거리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는 식량 안보를 외교, 에너지, 기후 위기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정부의 밀 자급률 확대 정책, 수입선 다변화 시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넓은 시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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