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라는 건, 소위 ‘주먹구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손이 많이 가는 건 기본이고,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건 시작에 불과하죠. 날씨가 따라줘야 하고, 시기마다 정확한 비료와 자재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잘 아는 한 분, 바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도시 외곽 주택에 살면서 ‘작은 도시 농부’로 살아가십니다. 집 앞엔 개울이 흐르고, 그 너머 작은 밭과 농막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아이가 개울에 발 담그고 노는 그곳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따뜻한 공간이죠. 흙을 만지고 사는 것은 저에게는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밭농사를 오래 지으신 아버지는, 비료를 뿌릴 때도 포대 뒤에 적힌 성분표와 시비량을 꼼꼼히 확인하십니다. 솔직히 저는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에게는 땅과 식물, 그리고 비료가 하나의 ‘언어’ 같더군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뉴스로 접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비료, 작년엔 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만오천 원이야. 너무 오른 거 아냐?” 이유를 물었더니, 원자재값이 오르고 수입에 문제가 생겼다네요. 그래도 농협 덕분에 구할 수는 있었지만, 도시 외곽에서조차 이런 체감이 들 정도라면, 전국의 농민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괜찮을까?’ 이 물음은 단순히 농업계 종사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식탁 위의 채소, 과일, 쌀과 고기. 이 모든 건 비료와 연결돼 있으니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목차
한국의 비료 자급률은 몇 % 일까?
뉴스에서 “비료 가격이 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농민이 조금 힘들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죠.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깊습니다. 한국은 비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출국이 흔들리면 우리의 식량안보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 몇 년 간 한국 비료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7년에는 14%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9.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비료 원료와 완제품이 해외 의존 구조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KREI 『비료 수급 및 수입 구조 분석 보고서』(2023) 기반 재구성
한국의 비료 자급률은 2023년 기준 9.8%로, 국제적인 공급 불안정성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칼륨, 인산, 질소 등의 주요 비료 성분은 대부분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완제품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분쟁, 물류비 급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외부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비료 수입 구조와 주요 의존국
비료 자급률이 낮은 만큼, 수입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국은 전체 비료의 약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래 파이차트는 한국이 주로 어떤 국가들로부터 비료를 수입하는지 보여줍니다. 1위는 중국(28%), 그 뒤를 러시아(25%)와 캐나다(18%)가 잇고 있으며, 벨라루스 역시 1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지정학적 분쟁 또는 수출 제한 조치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농업이 매우 불안정한 수급 구조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출처: 관세청 무역통계, KREI 『비료 수입 구조 보고서』(2023) 기반 재가공
한국은 비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국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공급망의 불안정성뿐 아니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식량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입니다.
비료 가격 인상의 실제 영향은?
2022년 어느 날, 아버지는 비료 포대를 들고 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작년에는 만 원이면 샀는데, 올해는 만오천 원이 넘네. 이거 너무 비싸졌어.” 체감상 비쌌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비료 가격은 그해에 역사적인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질소·인산·칼륨 비료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최대 58%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복합비료는 단가가 2배 가까이 치솟은 사례도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농협경제지주 비료유통센터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료 수입에 드는 물류비용과 운송 지연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며, “농가 부담이 커지자 일부 품목은 국가 보조로 억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전문가들은 “비료 가격 인상은 단순한 농업비용 증가가 아니라, 식량 생산과 국가 공급망 전체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특히 소농일수록 피해가 커지며, 생산을 포기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이는 결정까지 내리는 경우도 실제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료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비용 상승이 아니라, 생산 포기·식량 자급률 저하·농촌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국가 식량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단기적 지원보다 중장기적 자급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Part2 편 요약 및 다음 주제 예고
지금까지 우리는 러시아·벨라루스에 대한 제재가 어떻게 세계 비료 수출 구조를 흔들었고, 그 여파가 한국 농업 현장에 어떤 방식으로 도달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특히, 한국은 비료 자급률이 10%도 되지 않는 극단적인 수입 의존 구조 속에서 주요 수입국 다수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료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농업 생산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식량 안보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처럼, 한 포대 가격이 오르는 일상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제 정세, 무역 제재, 수출 통제라는 거대한 흐름이 숨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 국내의 비료 자급 전략, 정부의 대응, 그리고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해법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단순한 수입 대체를 넘어, 근본적인 자립과 구조 전환이 가능한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 다음 글 예고: 비료 수출의 역습 ③ – 한국은 안전한가? 비료 자급률과 식량안보 전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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