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보카도 먹게 되었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건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죠 무슨 맛일지 상상도 안 가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능숙하게 후숙 된 아보카도를 으깨고, 잘게 다진 방울토마토를 넣어 만든 과카몰리에 레몬즙과 약간의 소금, 설탕을 넣어서 즐깁니다. 휘리릭 섞어 나초에 찍어 먹거나 샌드위치에 곁들여도 맛있고, 심지어 저는 김에 싸 먹는 아보카도도 참 좋아합니다. 주변에서는 괴식이라고 농담을 하지만요.
아보카도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고, 마그네슘·비타민 E 등 미량 영양소도 많아 ‘헬시푸드’로 각광받고 있죠.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 섭취는 식욕 억제,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슈퍼푸드’의 이면에는 다소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아보카도를 재배하기 위해 벌목과 수자원 남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멕시코에서는 카르텔이 농장을 장악해 폭력까지 발생하고 있죠. 맛있게 먹기에 그 이면에 그렇게 많은 국제 정치와 범죄적 갈등까지 품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아보카도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식탁 위의 그 작고 부드러운 과육 한 조각이 국제 외교와 범죄, 환경 파괴를 얽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음 한입은 조금 더 복잡한 맛이 느껴질지도 모르니까요.
아보카도 첫 만남과 헬시푸드 이미지 형성
아보카도를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낯섦은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녹색 과육이 익숙하지 않았고, 후숙을 거쳐야만 제 맛을 내는 특징 때문에 초기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몬즙, 소금, 잘게 다진 토마토와 섞어 구아카몰레로 만들어 보거나 샐러드에 올려 보니 그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드럽고 고소한 질감은 버터를 떠올리게 했고, 신선한 채소와 곁들였을 때 균형 잡힌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식문화 전문가 김영진 교수는 “아보카도는 처음 맛볼 때와 조리법을 달리했을 때의 경험 차이가 큰 과일이다. 개인의 기호에 맞는 조리법을 찾으면 누구나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생소하게 여겼지만, 최근에는 샌드위치, 김밥, 스무디 등 다양한 레시피로 활용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보카도의 영양학적 가치 또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다.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풍부한 섬유질은 포만감을 높여 다이어트 식단에 자주 활용된다. 게다가 비타민 E와 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되어 피부 건강과 스트레스 완화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녹색 금', 글로벌 소비의 아이콘
아보카도는 이제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녹색 금'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 식품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이후 아보카도의 글로벌 수요는 매년 8% 이상 증가했고,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소비량은 20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에는 미디어와 SNS의 역할이 크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아보카도 토스트’가 대표적인 푸드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avocadolove 해시태그는 수백만 건 이상의 게시물로 채워져 있다. 할리우드 셀럽들이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 식단으로 아보카도를 추천하면서 젊은 소비자층에게 ‘힙한 건강식’으로 인식이 확산되었다.
영양학자 리사 콜먼 박사는 “아보카도는 현대인이 원하는 영양과 심미적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드문 식품이다. 단순한 건강식품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KOTRA 해외시장 분석 보고서에서도 아보카도는 ‘글로벌 소비재 산업의 상징적 품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 대표적인 헬시푸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보카도 (출처: Wikimedia Commons)
아보카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과일 산업 중 하나다. 아래 표는 최근 5년간 주요 수출국과 수입국의 거래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수출국 | 2020년 수출량(톤) | 2024년 수출량(톤) | 증가율 |
---|---|---|---|
멕시코 | 1,300,000 | 1,750,000 | +34% |
페루 | 370,000 | 560,000 | +51% |
칠레 | 210,000 | 290,000 | +38% |
콜롬비아 | 120,000 | 200,000 | +67% |
위 도표에서 볼 수 있듯 멕시코가 여전히 아보카도 수출의 절대 강자이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들이 수출량을 크게 늘리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콜롬비아는 5년간 6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차세대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 수입 측면에서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이 아보카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최근 3년간 수입량이 20% 이상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판매량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 주요 국가별 아보카도 수입량 통계 (출처: Statista)
위 그래프는 2020년과 2024년 주요 국가별 아보카도 수입량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입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4년 사이 각각 30% 이상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중국의 소비 증가세다. 한국은 2020년 대비 약 60% 이상 늘어난 95,000톤을 기록했고, 중국 역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아보카도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아보카도의 글로벌 소비는 더 이상 서구권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보카도 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정리하며
아보카도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건강,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교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화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멕시코와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아보카도 농장을 둘러싼 환경 파괴, 지하수 고갈, 범죄조직 개입 같은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아보카도가 가진 ‘녹색 금’의 가치 뒤에 숨겨진 국제 정치적 긴장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아보카도를 단순한 헬시푸드로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가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비로소 건강한 소비와 글로벌 공정무역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보카도의 시작과 글로벌 성장 과정을 다루었고, 이어질 다음 편에서는 산업화의 명암과 국제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아보카도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다음 글 예고: 녹색 금의 이면 ② – 아보카도 산업화의 명암
지속가능성과 환경 파괴, 그리고 국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아보카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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