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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맛있는 외교 이야기

비료 수출의 역습 Part3 – 비료 자급률과 식량안보 전략 분석

by yellowsteps4u 2025. 8. 25.

비료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대접조 못받고, 눈에 안보이는 자원입니다. 뉴스에서도 에너지나 곡물보다 뒤늦게 등장하죠.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그 여파는 농민의 밭에서 시작해 소비자의 식탁까지 번져갑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비료 수급 구조와 자급률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농업의 약한 고리를 짚어보려 합니다. 단기 공급보다 중요한, ‘지속 가능한 대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시죠.

비료, 한국 농업의 숨은 리스크

비료라는 단어는 사실 생소하고 거리가 있는 단어지요. 마트 진열대에 쌓인 채소 가격이 조금 오르면 “요즘 물가가 왜 이래?”라고 투덜대는 정도였죠.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비료 때문일 수도 있어.”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비료가 무슨 상관인가 싶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매년 봄마다 마당 구석에 쌓여 있던 포대자루, 그걸 퍼서 흙에 섞고 물을 주며 땀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없으면 아예 안 자란다니까.”라는 말도 덩달아 떠올랐습니다. 땅은 스스로 자라지 않습니다. 자라는 건 사람의 손,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들입니다. 그중 하나가 비료였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이 아닙니다. 한국은 비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비중을 러시아와 벨라루스> 같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곧바로 국내 농업 현장에 파장이 일었습니다.

지난번 글을 보시면 지난 7년간 한국의 비료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9.8%였던 비료 자급률은 2023년 기준 7.9%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곧 “수입이 막히면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자원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비료를‘냄새나는 퇴비’쯤으로 하찮게 여길 수 있습니다. 왜냐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나 시장에 가면 쉽게 살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것은 곧 우리의 식량주권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비료 자급률의 민낯

비료 자급률이 낮다는 말은 곧 '우리가 사용하는 비료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질소, 인산, 칼륨 세 가지 주요 성분 중 칼륨의 경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수입됩니다.

그런데 벨라루스는 2022년부터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국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인 칼륨 비료(Potash)에 대한 수출 통제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가격은 급등하고, 한국 역시 비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1년 기준, 전체 비료 수입 중 약 43%가 러시아·벨라루스에서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정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비료 자급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에서, 한국 농업은 언제든지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라는 건 기후와 자연만이 아니라, 외교·무역·정치와도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비료 자급률과 식량안보 전략
땅에 비룔를 뿌리고 있는 모습

정부 정책과 현장의 괴리

정부는 매년 ‘농자재 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합니다. 대표적으로 비료 구매 지원금 지급, 비료 원료 수입 다변화, 공동 비축 사업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중소농가의 경우 여전히 비료 가격이 큰 부담입니다. 농협에서 일정량을 공급받는다고 해도, 가격이 오르면 결국 부담은 농민이 짊어지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단기 지원’에 머무는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비료 자급률 향상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23년 보고서에서, “국내 비료 생산 인프라를 일정 수준 확보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 충격 시 대응이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과 연계된 식량안보의 핵심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일례로 일본은 2022년 이후 인산염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투자와 동시에 자국 내 비료 생산업체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시장 가격에 반응하는 ‘수동형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비료 문제는 한 해 농사의 수확량과 직결됩니다. 단순히 농가 지원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식탁과 연결된 문제로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식량안보 전략, 무엇이 필요한가

전문가들은 비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러시아·벨라루스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동남아·남미 등 신규 공급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래 시뮬레이션 차트는 가상의 조건 하에, 제재 국가 대신 다른 지역에서 공급이 가능할 경우 비료 수입 구조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비료수입 다변화 시뮬레이션

기존 러시아·벨라루스 비중이 43%에서 줄고, 그 자리를 중동(20%), 동남아(18%), 남미(12%) 등으로 분산하는 구상이 가능합니다. 물론 실제 무역 환경은 더 복잡하겠지만,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 희망적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23년 이후 칼륨 비료의 신규 공급선 확보를 위해 캐나다, 요르단 등과 전략적 협의를 진행 중”이라 밝혔습니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보려면, 단기 정책이 아닌 장기 투자와 지속적 외교 협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흙을 살리고, 농민을 지키는 전략이야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우리가 먹는다는 건, 누군가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채소를 사고, 과일을 고릅니다. 마트에 진열된 식재료는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은 늘 땅과 흙, 그리고 보이지 않는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비료는 그 노력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그저 생활비 항목 중 하나일 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농사 전체를 결정짓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비료 수출’, ‘제재’, ‘수입의존도’는 단지 수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량주권, 외교 전략, 그리고 농민의 하루와 직결되는, 아주 구체적인 현실입니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식탁 위의 안정은, 결국 그 뒤에서 흙을 만지는 이들의 안정에서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