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느낀 어류 단백질의 힘
한국인에게 생선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삶과 문화의 일부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가끔 밥상에 오르던 고등어구이 한 토막이 얼마나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는지 기억합니다. 최근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원은 어류 단백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어류 단백질이 이제 더 이상 ‘풍요로운 자원’이 아니라, 국가 간 외교 협상의 핵심 자원이자 해양 패권을 가르는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단백질 공급과 어류의 비중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7%는 일상 단백질 섭취량을 어류에서 얻고 있습니다. 특히 남태평양·동남아시아·아프리카 연안국에서는 어류 단백질 의존도가 50%를 넘습니다. 이처럼 어류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글로벌 단백질 안보’의 핵심입니다 (출처: FAO Fisheries).
그래프를 보면 1960년대 10% 수준이던 어류 단백질 비중은 2020년대 17%까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는 인구 증가와 축산업 한계, 기후 변화 속에서 해양 단백질이 ‘대안’으로 부각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곡선 뒤에는 남획과 불법어업, 해양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태평양 어업권과 해양 패권 경쟁
남태평양은 세계 참치 어획량의 60%가 나는 ‘지구의 생선 바구니’입니다. 이 지역의 어업권을 둘러싸고 중국, 미국, 일본, 한국, EU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어선단의 대규모 진출은 남태평양 도서국들의 자원 주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군사·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년간 남태평양 주요 국가들의 어획량 변화를 보여줍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50만 톤 수준에서 최근 200만 톤을 넘어섰고,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생산량 경쟁이 아니라, 해양 패권을 차지하려는 전략적 행동의 결과입니다.
IUU 불법어업과 국제 규제
국제사회는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을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FFA(포럼 어업청)와 WCPFC(중서태평양수산위원회)는 어획량 쿼터와 위성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며, EU와 미국은 IUU 어업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출처: IUU Watch).
그러나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태평양에서 활동하는 대형 원양 어선단은 여전히 규제를 회피하거나, 취약국의 협상력을 이용해 과도한 어획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전통적인 생계 수단을 잃고, 글로벌 식량 안보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어류 단백질 외교
한국은 세계 10위권 수산물 소비국이자 원양 어업 강국입니다. 특히 남태평양 참치 조업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어업 외교는 단순히 조업권 확보를 넘어,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 정부는 남태평양 도서국과 ‘지속가능 어업 협정’을 맺고, 지역 어민 교육·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산업 이해관계를 넘어, 외교적 신뢰 구축과 식량 안보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시도입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여전히 고등어 한 토막을 먹을 때마다, 그 단백질이 단순히 영양소가 아니라 국제정치와 연결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어류 단백질은 인류 생존의 기초이자, 해양 패권을 가르는 전략적 자원입니다. 앞으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단순한 어획량 확대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외교적 균형을 함께 잡는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식탁 위 생선이 더 이상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협력의 매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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